독자 속이는 ‘기사형 광고’...조선일보 1위, 한국경제 2위

화순투데이 | 기사입력 2019/10/19 [11:50]

독자 속이는 ‘기사형 광고’...조선일보 1위, 한국경제 2위

화순투데이 | 입력 : 2019/10/19 [11:50]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 사업은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신뢰를 판다고도 할 수 있다. 올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38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2%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4년 연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망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왜일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기이한 수입구조에 주목했다. 그 중 하나가 기사를 가장한 광고다. 또 하나는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홍보, 협찬비다. 이 돈줄이 신뢰가 바닥에 추락해도 언론사가 연명하거나 배를 불리는 재원이 되고 있다. 여기엔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추적 결과물은 언론개혁 계기판 역할을 할 뉴스타파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에 집약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신문법 6조에 독자 권리보호 조항에 하지 말라고 돼 있는데, 법에서 하지 말라고 했으면 안 하는 게 맞는 거고. 분명히 법이라는 건 위법에 대한 제재가 따르는 게 맞는 건데 그 어떤 것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사문화처럼 돼버린 거예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심의와 그 이후 과정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나마 자율심의라도 하고 있어서 저희들이나 신문윤리위원회가 매체사에 공문 보내고 그 사람들이 무시하더라도 계속 공문보내고 이거 하시면 안됩니다 이렇게라도 외치고 있는 거예요. 지방지나 규모가 작은 데는 열심히 이행하려는 데도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소위 말하는 메이저. 공개돼 있는 거 보면 아시겠지만 소위 말하는 조중동매경한경 이 5대 (매체)가 거의 저희 심의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blockquote]

[blockquote]누가봐도 심한 것만 저희가 잡고 있어요. 아리까리한 것들은, 워낙 심한 게 많으니까 애매한 논의거리는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워낙 많으니까.

 

이 관계자가 자신이 소속된 심의기구에서 잡고 있다는 “누가 봐도 심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각종 매체에 실리는 이른바 ‘기사형 광고’ 가운데 광고 표기가 없거나 기자 바이라인을 달아서 마치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명 기사처럼 포장해 ‘편집기준’을 위반한 것(기사라고 볼 수 없으니 ‘것’이라고 표현한다)들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이 ‘기사형 광고’ 문제에 주목하게 된 올해 초 이른바 ‘박수환 문자’ 3만 건 가량을 입수해 취재, 보도하면서다. 홍보대행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이자 로비스트인 박수환이 언론사 및 기업관계자, 내부 직원과 나눈 문자에는 기사 형태를 가장한 광고가 기업-홍보대행사-언론사 삼각관계 속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내용도 상당수 들어 있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2015년 4월 4일 조선일보에는 파리바게뜨가 바게트빵 3종류를 출시했다는 내용의 1단 ‘기사’가 실렸다. 배경을 모르면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는 ‘기사’다. 하지만 ‘박수환 문자’에는 원고지 1.5매 분량인 이 ‘기사’가 조선일보와 파리바게뜨 모기업인 SPC 사이에 1억 원에 거래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동아일보에서 연재된 ‘GE의 혁신노트’도 일반 독자들에게는 ‘좀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냥 흔한 기업홍보기사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이 특집을 실어주고 GE에서 1억 원을 받았다.

이처럼 기사나 프로그램 등 언론사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광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언론 수용자는 혼란스럽다. 심지어 오도된 정보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기사형 광고’ 거래금액이 드물게 수면 위로 드러난 경우다. 뉴스타파는 갈수록 혼탁해지고, 심지어 타락해가는 언론생태계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겉모습은 기사지만 사실은 광고인 ‘기사형 광고’가 얼마나 많이 나오고 있는지 조사했다. 데이터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공개하는 ‘기사형 광고’ 심의 결정 자료에서 수집했다.

 

경고 및 주의 551건 조선일보 1위...한국경제 415건, 매일경제 376건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우선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공개한 2019년 상반기 ‘기사형 광고 심의결정’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한국광고영상제작사협회와 한국언론학회 등 업계와 학계 단체 10여 곳이 모여 만든 단체로 ‘기사형 광고’ 중 신문법에 따라 ‘편집기준’을 위반한 사례를 수집해 심의한다. 이 기구는 사실상 광고인데도 광고 표기를 하지 않거나 기자 이름을 달아 기사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형 광고는 위반 정도에 따라 주의와 경고 등 두 단계 심의결정을 내리고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 2019년 상반기에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CJ제일제당 건강기능식품 기사형 광고. 각각 1월 29일, 2월 13일, 3월 12일, 3월 26일, 4월 16일, 5월 14일, 6월 18일, 6월 25일 게재됐다. 이 광고들은 모두 ‘광고 미표시 및 오인유도표현(OOO 기자) 삽입’을 이유로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로부터 ‘경고’ 결정을 받았다.

 

뉴스타파 집계 결과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주의, 경고 등 편집기준 규정 위반 결정을 받은 기사형 광고는 모두 3,189건으로 나타났다. 주요 일간지와 경제신문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선일보가 5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기간 동안 조선일보가 가장 많이 경고를 받은 ‘기사형 광고’는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품을 다룬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상품을 홍보한 기사형 광고를 6개월 동안 8건 게재했다. 조선일보의 위반 건수는 올 상반기 주의나 경고를 받은 언론 전체 기사형 광고의 17%에 이른다. 2위는 415건인 한국경제, 3위는 376건인 매일경제다. 4위는 아시아투데이(195건), 5위는 중앙일보(194건)였고, 동아일보(160건)와 서울경제(113건)등이 뒤를 이었다.

‘기사형 광고’ 광고주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아파트, 오피스텔 분양 안내 등 건설사의 광고형 기사가 934건(29%)으로 가장 많았다.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식품, 음료 업계가 529건(17%)으로 2위였다. 주로 대규모 세일 행사 등을 광고한 유통업계가 236건(7%)으로 3위를 차지했다. 4위 금융업, 5위 병원 등이 뒤를 이었다.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업체는 종근당건강(67건)으로 나타났다. 종근당건강은 주로 유산균, 오메가3, 루테인 등 자사의 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사형 광고를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에 실었다.

 

2위는 GS건설(58건), 3위는 대림산업(53건)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여러 일간지에 두루 실었다. CJ제일제당(4위), 대우건설(5위) 등이 뒤를 이었다.

심의 규정 위반 기사 수 해마다 크게 늘어…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광고자율심의기구가 심의 업무를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사형 광고 위반 사례를 집계했다. 심의를 할 때 여러 개의 유사 기사형 광고를 모아 한 번에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 수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심의결정 건수보다는 훨씬 더 많다.

 

연도별 집계 결과 2018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늘어나는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0년에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 심의 결정은 275건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해마다 크게 늘어 2014년 처음으로 1천 건이 넘었고, 2017년에는 3천 건을 넘겼다. 2018년에는 전년도보다 줄어든 2천 건 수준이었다. 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기사형 광고 수가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2018년에 심의할 여력이 부족해서 더 많은 기사형 광고를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사 가장 광고 난립으로 언론 신뢰 추락… 처벌조항 재도입 불가피

 

신문ㆍ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6조 3항

 

현행 신문법 상 ‘기사형 광고’에 광고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그러나 법률을 위반해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 준수 여부는 사실상 언론사 마음대로다. 광고라는 사실을 표기하는 것보다는 기사처럼 보이는 게 광고 효과가 더 높을 수 있으니 처벌 조항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굳이 법을 지킬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것이 현 실정이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도 신문법에 따라 편집기준을 위반한 광고형 기사에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리지만 이른바 ‘메이저’ 매체에서는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기사를 가장한 광고로 인해 독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경닷컴이 게재한 기사형 광고를 보고 독자들이 상품권을 구매했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이 한경닷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언론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기사형 광고를) 광고가 아닌 보도기사로 신뢰한 독자가 그 광고주와 상거래를 하는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신문사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기사를 가장한 광고는 ‘진짜 기사’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결국 언론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도 “신문 매체 신뢰도가 점점 더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사형 광고, 광고성 기사, 프로그램과 광고를 섞는 것 이런 것들에 의해서 언론이 신뢰를 잃고 언론으로서 존립하기 어렵게 되는 현실이 매우 심각한 민주주의, 또는 사회의 위기라고 봐야 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이 때문에 편집기준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관련법에 다시 넣고(이명박 정권 이전엔 처벌조항이 있었다. 이 문제는 추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기사가 돈으로 거래되는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봐도 이건 광고인지 모르게 만들었다면 제재한다는 기본원칙을 다시 정하자. 그 원칙들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를 따져봐서 지켜지지 않으면 그게 표현의 자유 억압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겠다. 벌점을 준다든가 과태료를 부과한다든가. 그런 것들이 많이 쌓이게 되면 일정하게 (언론사) 영업정지를 시킨다든가 그런 정도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검찰개혁과 함께 이 시대 중요 과제로 다시 떠오른 언론개혁 문제를 뉴스타파의 주요 프로젝트로 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를 만들어 17일 공개한다.

관련 기사: 뉴스타파 ‘언론개혁 대시보드’ 공개...언론사 부적절한 돈줄 추적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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